방탈출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조토키(謎解き)는 몇 년 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의 소재였으나, 미루다가 이제서야 써보게 됩니다. 글을 쓰기 전에 미리 밝힑 점은, 이 글의 모든 내용이 100프로 정확하다고 말할 순 없다는 점입니다. 필지는 일본에 살아본 적이 없어 나조토기 문화를 실제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기에, 그저 인터넷과 관련 책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된 외국 문화를 제 언어로 정리하여 간단히 설명하는 것임을 감안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잘못된 지식이 있다면 지적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편의상 반말로 적겠습니다.
우선 나조토키(謎解き)란 무엇일까?
일본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수수께끼 풀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말 그대로 수수께끼를 푸는 것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한국에서 소위 '방탈출 문제' 혹은 'IQ 퀴즈'라 불리는 창의력 퀴즈의 형태를 가진 어떤 문제를 보고, 이 문제 속에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거나 암호를 해석하여 올바른 정답을 도출하는 일련의 모든 활동을 '나조토키(謎解き)'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나조토키는 일본에서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취미 활동이며, 이를 바탕으로한 나조토키 문화가 일본 내에 잘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오프라인 방탈출 카페를 바탕으로한 '방탈출 문화'가 일본의 나조토키 문화와 그나마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나조토키가 '문제를 푸는 재미'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미궁게임'이란 마이너 장르가 한국에서는 이 나조토키 문화와 가장 근접한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나조토키 문화는 상상 이상으로 그 규모가 크다. 단순히 마니아 층을 위한 장르를 넘어서 일본의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 만큼 수많은 콘텐츠들이 존재하고, 유저층 역시 매우 넓다. 소위 문제를 제작하는 '나조토키 작가'로 활동하여 일본 내에서 유명인이 된 케이스도 있으며(예: 마츠마루 료고(松丸 亮吾) - 도쿄대 나조토키 서클 회장, 일본 예능 다수 출현, X 팔로워 75만명 이상), 나조토키를 기반으로 한 일본 퀴즈 방송도 정말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문제적 남자' 하나 밖에 없는데 말이다. 이마저도 종영되었고)
또한,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 역시 정말 다양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와 콜라보를 진행한 콘텐츠들도 정말 많고, 독자적으로 개발된 콘텐츠들도 많이 존재한다. 나조토키를 기반으로 한 '리얼 방탈출 회사' SCRAP에서는 '나조토키 능력 검정시험'을 따로 주최하여 결과에 따라 급수를 매겨 참가자에게 자격증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정보로는 '나조토키 능력 전국 대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는데, 거의 10만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하고, 결승전은 일본 지상파 방송으로 중계해준다고 한다.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봤는데, 방송 규모가 웬만한 일본 예능 뺨칠 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나조토키에 관련된 서적도 그 동안 많이 출간되었는데, 보통 구성이 여러 수수께끼/퍼즐을 순서대로 해결한 후, 마지막 문제는 지금까지 풀었던 수수께끼의 답이나 단서를 재활용해서 해결하는 메타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부분은 미국의 퍼즐 헌트(Puzzle Hunt) 장르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에서는 미궁게임 문제로 이러한 구성을 많이 활용한 콘텐츠가 다수 존재한다.
방탈출 퍼즐 제작자로서 필자는 일본 나조토키의 문제들을 보며 영감을 종종 얻는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는 거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문제 아이디어에 감탄한 적도 많았고, 이를 내가 만든 문제에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나게 되면 정말 세상에는 천재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겸손한 마음으로 내 문제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상으로 일본의 나조토키(謎解き)에 대해 짧게 알아보았다. 필자가 아는 정보가 많지 않아 이 정도밖에 쓰지 못했지만, 더 알게 되는 정보가 생긴다면 이 글에 추가해보도록 하겠다. 필자도 언젠가는 나조토키 관련 콘텐츠를 일본 여행가서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경험자의 조언으로는 일본어를 잘 모르면 즐기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나중에 일어를 공부할 기회가 있다면 꼭 배워서 친구랑 한 번 현지에서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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