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0일 진주에 있는 공군 훈련소 입대를 시작으로 험난한 약 22개월의 시간을 거쳐
2021년 3월 5일 부로 드디어 미복귀 휴가를 나오게 되었다.
미복귀 휴가란, 코로나19로 인해 말년 휴가로 모은 휴가를 찍턴 없이 한 번에 나가 다시 복귀하지 않는 휴가를 말한다.
전역 날짜 까지 사실상 신분은 군인이나, 사고만 안친다면 다시 복귀할 일이 없기에 전역한 거나 마찬가지다.
(참고로 본인의 실제 전역 날짜는 2021년 3월 30일이다.)
<1> 전역 소감
일단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사회의 공기를 마시면 마실수록 '와.. 진짜 해방이구나..' 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앞으로 나가서 뭐 먹고 살지' 라는 걱정으로 근심하던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나는 별로 그런 걱정은 들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편하다고들 말하는 공군을 갔지만, 내가 있었던 부대는 그리 편한 환경이 아니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기약 없는 통제로 인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 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3월 5일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와보니 사회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2> 나의 군생활 간단 요약
내 군생활은 그리 평탄하진 않았다.
사회 생활 경험이 부족한 탓에 선임들에게 답답한 모습을 많이 보여 초반에 고생을 좀 많이 했다.
게다가 군기도 다른 부대에 비해 엄했고 선임들도 신병인 나를 이해하고 기다려주기 보단
스파르타 식으로 교육을 하셔서 멘탈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더욱 잘하려고 밤늦게까지 신송노트 보고 업무 외우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잘 난다.
짬이 차면서는 병사 내 분위기는 많이 나아졌으나 선진 병영의 과도기적 시절이라 그랬는지 사건, 사고가 많았다.
그래도 나는 그런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고, 어느 정도 군생활에 적응하고 나서 모든 일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지속적인 악몽의 출타 제한이 시작되었고, 부대 내 꼼짝없이 갇혀 고난의 군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못나가니 다들 예민해져 서로 간의 마찰이 잦아졌다.
또한 바뀐 지휘관 및 간부 분들은 배려와 존중보다는 원칙과 무시의 태도로 하급자를 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기분 나쁜 일이 많이 생겨 힘들었다.
그래도 말년에는, 역시 출타 제한으로 괴로웠지만, 근기수 친구들과 같이 뭉쳐 다니면서
그 각박한 군생활 속에 좀이라도 즐겁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3> 군 복무로 얻은 것
1. 개인적으로 나는 군 복무를 하면서 스스로 많이 너그러워졌다고 생각한다.
군대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을 대하면서 이해심도 넓어졌고
인관관게를 다루는 능력도 향상되었다.
또한 각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들을 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기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
2. 그리고 무엇보다 멘탈 강화가 확실하게 되었다.
군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한 일, 답답한 일, 속 타는 일들 등등 정말 많다.
때론 내 잘못이 100퍼센트 아닌 일임에도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신줄 붙잡고 내 얘기를 바로 할 수 있어야 할 멘탈이 필요하다.
나는 멘탈이 약해 처음에는 되게 어버버하고 말도 제대로 못해서 억울한 일을 당해 속상했지만
짬이 차면서 그런 경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멘탈도 강화되고 말도 전보다 잘하게 되었다.
3. 정신적인 것 외에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얘기하자면
나는 군대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 전공인 컴퓨터 공부도 했고.
그리고 수능을 다시 준비했었다. 아쉽게도 실패로 끝났지만.
책도 좀 읽었고.
그리고 앞으로의 내 미래를 어떻게 살지 긴 시간 고민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많이 찾아봤다.
그런 시간을 통해 미래에 대한 방향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었다.
군대의 제한된 환경이라 더욱 깊이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았었나 싶다.
<4> 군 복무로 잃은 것
역시 시간이다.
뭐 그렇다고 내 인생이 낭비되었다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신 하고 싶진 않을 경험이었지만 어디서 해보지 못할 좋은 경험이었으니
시간이 마냥 아깝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거의 2년인데..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군대 갔다오기 전의 나이와 지금의 나이를 생각하면 확실히 군대에서 보낸 시간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된다.
빼앗긴 시간만큼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 부담감 또한 상당하다.
<5> 입대를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아직 어디로 입대해야 할지조차 정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일단 먼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차피 가야할 군대,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는게 아무래도 좋잖아요.
그리고, 여유가 없어 어디라도 지원해서 하루 빨리라도 입대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특기에 대해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군인이라고 모두 다 훈련만 받고 몸고생하는 게 아닙니다.
군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특기들이 있으니 인터넷에 검색해보셔서 잘 알아보신 후
본인에 맞는 특기를 고르셔서 미리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공군의 '통신전자전기' 전형으로 입대했습니다.)
또한 공군은 훈련소와 그 후 특기 교육을 하는 특기 학교의 성적에 따라 자대를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그러니 훈련소에 가서도 열심히 훈련 받고 시험도 있으니 공부도 열심히 하십쇼. 쉽진 않겠지만.
사실 군대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인데 이건 저희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깐..
그래도 군기 있는 모습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있으면 어떤 사람들을 만나도 잘하실 겁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예외도 있습니다.)
그리고, 부대 생활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정말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습니다.
휴대폰도 쓸 수 있고, 부대 내의 구타, 가혹행위 등의 부조리 등도 많이 없어져 가는 추세라
그런 부분에 대해 걱정을 가지고 계신다면 미리 두려움을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또, 군생활을 '버리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군생활 하다 보면은 생각보다 남는 시간이 꽤 많습니다.
공군 같은 경우면 더 많죠.
그 시간들을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뭐라도 하세요. 그냥 버리면 아깝고 나중에 반드시 후회합니다.
마지막으로, 건강하게 전역하도록 몸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운동하세요 운동.
운동하란 말을 제가 하기엔 부끄러울 만큼 사실 저는 운동을 많이 한 편은 아니지만
군대는 운동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6> 마무리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큰 고비인 군생활을 건강하게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내 자신에게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고생했다 정말. 그리고 수고했다.
아직 군대 가지 않으신 분들 또한 저처럼 부디 모두 무사히 건강히 제대하시길 바랍니다!!
(고생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