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졸업반을 앞두고 깊어지는 고민을 기록해두고자 오랜만에 이 자리에 나왔다. 글을 쓰다보니 생각이 정리가 되는 부분도 생겨서 진작에 이렇게 글을 써볼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든다.
1. 신입 개발자 준비에 관한 고민
요즘 들어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진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졸업반 컴공생들도 비슷한 심정이겠지만, 정말 하루가 다르게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어떤 상황이든간에 본인이 열심히 성장에 꾸준히 힘쓰며 준비한다면, 원하는 기업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불과 2~3년 사이에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싶을 정도로 신입 개발자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이 많이 늘은 것 같아 보이는 현실을 마주하면, 이걸 언제 다 준비해야 하나.. 지금은 뭐부터 준비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든다.
우선 이번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부터 돌아보자.
1월에는 계절학기를 듣고, 코딩테스트 준비를 했다. 코테 준비는 학교에서 열린 온라인 캠프에 참여했는데, 완전 성실히 참여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2월달에 들어선 잠시 코딩과 공부에 손을 놓았다. 현재 진행중인 외부 팀 프로젝트(개발 X)와 졸업 요건에 필요한 토익 준비를 제외하고는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쉬고 놀면서 지냈다. 오랜만에 이렇게 보내니 세상 편하고 좋은 것도 있으나, 반대로 내 소중한 시간이 게속 낭비된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마음이 더욱 불안정해졌고 생활 패턴도 조금씩 계속 무너져 일상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현실 도피를 택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보면..
그 동안 나는 그래도 나름 꾸준히 잘 준비해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기 시작하면서 뭔가 여러모로 막막해졌다. 이로 인해 의욕도 좀 잃은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에 뭐라도 해볼려고 '모던 자바스크립트 Deep Dive'책 펼쳐서 비동기를 공부해보기도 했고, 코테 준비를 더 해볼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진로 고민 또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풀스택을 지향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길로 어느 정도 확정을 지었기는 했지만, 요즘 취업 시장의 형편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AI가 대세다 등등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마음을 어느 정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며칠 동안, 생각이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을 느낀다.
일단 취업이 어려운 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지금은 뭘 더 할려고 하기 보다는 다음 학기를 준비하면서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잘 마치자. 그리고 외부 동아리나 인턴에 참여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하면서 보내야겠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SOPT에도 지원서를 넣어봐야겠다.
2. 협업 중 발생한 갈등을 겪으며 쓰는 개인적인 성찰
작년 하반기부터 우연한 기회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온라인 방탈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나는 콘텐츠에 들어갈 퍼즐과 일부 기획 작업을 맡아서 하고 있고, 개발 파트는 현재 나보다 훨씬 실력 있으신 분이 맡고 있다. 그 외에 다른 두 분은 각각 디자인과 각본을 맡고 계신다. 다들 능력이 좋으셔서 많이 든든하다. 그렇지만 업무 분담이 명확히 이뤄진 채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서로서로 필요할 때 같이 도와주며 함께 힘을 합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서로 일치하는 않는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조금 크게 생겼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생각 이상으로 크게 소모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협업을 할 때의 나의 언행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을 깊이 해보게 되었다.
이번 일의 경우 나의 과욕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업무에 관해 과하게 의견을 제시한 것에서 나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이 있었다. 비록 업무 분담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고, 어떤 영역에서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였어서 그동안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의 생각을 어필했던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항상 토론장이 열렸고, 아쉽게도 팀원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팀에서는 내가 의견을 낼 때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나서 의견을 내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상황을 어느 정도 고려하면서 항상 신중하게 내 의견을 내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팀원 분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으셨던 것 같아서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고민하는 중이다.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면, 팀이 추구하는 방향과 내가 추구했던 목표에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내 나름대로 많이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의 업무와 그들이 하는 생각을 존중하면서 내 의견을 차근차근 잘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서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의욕이 앞섰고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사실 이번 일이 터졌을 때, 내 에상과는 다른 전개로 상황이 흘러가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내가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소중한 가치이자, 협업에서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나의 장점은 '배려'와 '존중' 그리고 '경청하는 자세'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일이 나에게 상당히 큰 찔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나는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할까 고민이 깊다.
팀원간에 갈등이 생겼던 경험은 그동안 거의 해본적이 많진 않아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스스로 고민이 정말 많았다. 예전에 어떤 커뮤니티에서 '팀원과 의견 충돌 및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땐 어떻게 해야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고 누군가가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현업에서 일하시는 여러 분께서 그 분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셨고, 인상 깊었던 내용이 많아서 내가 따로 노션에 정리를 해두었다. 이번에 그걸 다시 한 번 찾아서 읽어보았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했던 점은, 이런 때에 최악의 상황은 서로 감정에 지배된 채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상대방의 말의 내용보다 상대방의 감정이 상한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무한공감을 해보라는 조언도 있었고,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질문형으로 말을 함으로서 상대방이 나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하도록 하여 서로의 감정의 영역을 죽인채로 애기를 이어나가도록 해보라는 말도 있었다. 감정을 배제하고 팩트로만 Five whys를 진행해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핵심은,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춰 생각해보면, 그래도 이번 일 동안 나의 감정보다 상대방의 입장과 팀의 분위기를 더 고려해서, 내 주장을 계속 내세우지 않고 갈등 상황을 잘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은 잘했다든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감정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좀 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난 후 말을 한 것도 옳게 행동한 것 같다. 다만 앞으로의 갈등상황에서는 어떻게 내 생각과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잘한 것처럼 어떤 상황이든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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